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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소통에 노력하기 위한 방법들회고, 생각 2024. 11. 10. 22:28반응형
왜 개발자와 비개발자간 소통은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위 소통에 대한 생각을 주저리 해보려 한다. 조금은 논란거리일지도 몰라 걱정이 앞서지만, 그저 누군가 한 명의 생각일 뿐이다. 누군가 기분이 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생각을 철회할 생각은 없다.
가끔 이런 주제로 이야기 나눌 때 항상 하던 말이라서 글로도 한 번 적어보고 싶어 남겨본다.
소신 발언
나는 개발자이지만 개발자들이 굉장히 거만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이 몇 있다. 그중 소통에 대한 것이 가장 그렇다. 이 생각을 거만하게 써보려 한다.
요새 서점을 가면 “비개발자들을 위한 개발자와 소통하기”에 대한 주제를 가진 서적들이 즐비하다. 역으로 뒤집어 생각해 보면, 왜 개발자와 소통하려면 공부해야 하는가? 참으로 건방지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이런 책이 생각보다 잘 팔리는 것을 보니, 얼마나 개발자들이 비개발자들을 위해 배려를 하지 않았으면 이러나 싶다. 그러한 개발자들이 비개발자들에게 이런 책들을 되려 읽고 오라고 이야기할 것을 상상하니 마음이 아프다.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뽐낼 게 아니라, 그것들을 알기 쉽게 전달해서 원활한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이 동료로서, 사람으로서의 도리가 아닐까.
비개발자 직군의 사람들이 먼저 책을 읽고 와준다면 그 배려에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로 감사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한다면 따뜻한 상호 배려의 장이 열리지 않을까.
작년 어떤 우연한 계기로 자칭 “직장인 마인드 개발자”인 분과 함께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들었던, 기분 나쁠지도 모를 신랄한 비판을 왜인지 모르게 너무나도 공감했다.
“개발자들을 사회생활이란 단어를 소프트 스킬이라고 포장하며, 마땅히 해야 할 사회생활을 꼰대 짓이라고 뒤집어씌워 피한다”는 종류의 이야기였다. 사회 생활에서 좋지 않은 면들도 많지만, 좋은 면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소프트 스킬을 담은 책의 본질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좋은 사례
좋은 소통을 수호하려는 사람들의 일화를 몇 가지 주워들으면서, 그래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개발자들이 많다는 생각에 위안을 느낀다. 부디 이런 문화가 개발 문화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사내에서 동료들과 일할 때, 전문 용어만을 채워 말하던 동료에게, “지금 너만 일해? 쉽게 좀 말해 봐.”라고 말했다던 일화가 떠오른다.
듣는 사람도 개발자여서 모두 알아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하는 것은 굉장한 무례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비개발자 동료들을 위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한다.
제아무리 동료가 개발자여도, 동료가 모를 법한 단어들을 꺼내 이해를 더디게 하는 것보다는, 쉬운 말에 적절한 용어들을 섞어 말하는 편이, 같이 개발하는 사람끼리도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면접 질문 중, 어떠한 개발 주제에 대해 “80살 할머니나 5살 꼬마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보라”는 질문을 한 곳이 있다고 들었다. 이런 일화를 들었을 때 이곳은 정말 원활한 소통에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직군의 사람과도 소통에 문제가 없을 거라 의심치 않는다.
당연히 엄청나게 어려운 컴퓨터 공학 지식을 들먹이며, 덧셈도 할 줄 모르는 5살짜리 꼬마한테 어떤 수로 이해시키느냐고 말할 수 있다. 당연히 고난이도의 논리를 가르칠 수 없다. 지금 그게 주 논점인 이야기가 아니다. 무엇이든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항상 논지를 흐린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내가 아는 개발 지식을 알 거란 생각 전제를 깨부수는 것이다. 어느 하나 모른다는 가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원활한 소통의 씨앗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상대방을 무시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80살 할머니나 5살 꼬마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보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자기 생각을 큰 마찰 없이 잘 전달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신경 써보기
소신 발언부터 개발자들에 대한 비난의 시선을 가지고 있으나, 전쟁을 일으키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들이 반드시 틀렸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이미 자리 잡은 문화에 오래 있다 보면 문제라고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것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겠다. 그들에게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나와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은 적어도 나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게 하지 않도록 신경 쓴다. 그 신경 쓰는 방법과 내 성향을 활용한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다양한 경험하기
장르 불문 다채로운 삶의 경험을 접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 다양한 분야를 안다는 것은 곧 다양한 동료들과도 연결된다.
동료들은 본인 직업에 대한 일만 하는 기계가 아니다. 일을 제외한 자신의 나머지 삶을 직업 이외의 것으로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개발과는 전혀 상관없는 취미나 활동들을 하고 있는 경우를 정말 많이 보았다. 가끔은 그 사람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취미를 알았을 때 놀라는 일도 적지 않다.
그런 여러 경험의 숲에서 내가 가진 경험과 단 한 개도 겹치지 않는 일이 그리 흔할까. 동료들과 먼저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그런 공감대를 알아둔 다음, 그 교집합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빗대어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다른 분야의 일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필자는 워낙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보니, 에세이를 자주 읽는다. 그중에서도 평소에는 지인들에게 결코 들을 수 없는 직군 혹은 경험을 담은 글을 정말 좋아한다. 지금 생각나는 주제를 하나 꼽자면,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피부로 느낀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가 떠오른다.
다른 분야의 일들을 간접 경험하다 보면, 그들이 어떤식으로 일하고 무엇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다보면 그 분야에 대해 어느정도 짐작이 되는 부분들이 생겨난다. 이럴 땐 이렇다 했으니, 저럴 때는 저런 식으로 하겠구나.라는 예상이 쉬워진다.
생각보다 분야가 정말 많지만, 종사자들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개발에서 추구하는 것과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대부분의 일에 결국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까, 문제를 해결한다는 시선에서 본질은 어떤 점 혹은 선에 수렴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비유하기
다양한 경험과도 연결되는 것은 비유하기이다.
조금이라도 몸을 담가본 분야라면 그 분야에서만 알 수 있는 것들을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다. 이 경험과 비슷했던 부분들에서 내 전문 분야에서 겪었던 것과 비슷한 점을 찾아보자.
소통하려는 상대의 분야을 경험해 봤다면 소통이 정말 쉽다. 내가 겪은 일과 비슷한 점을 골라 비유하기가 쉽다. 모든 분야의 일을 다 할 수는 없으니, 꼭 일 뿐만 아니라 같은 관심사나 공감대에서 비유할 것을 찾아내는 것도 좋다.
왜 개발자들이 항상 한 번 만들 때 제대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려고 하는지 디자이너들은 모를 수 있다. 그냥 그게 좋은가 보다 하고, 왜 그런지 모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포토샵의 레이어를 비유 삼는다. 작업물을 1개 통짜 레이어로 작업하면, 다음 원본 리소스를 활용해야 할 때 일을 두 번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필자는 객체 지향과 레이어는 생각보다 비슷하단 생각을 갖고 있다.
쉬운 단어 고르기
한 번 해석해야 하는 단어들은 본디 문장을 이해하는 것을 더디게 한다.
정말 자주 사용하고, 어려운 단어 그 자체를 쉬운 단어로 인지하고 있다면 별 상관없을 것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특히 전문 용어를 쓰는 것은 지양하고자 한다.
개발을 하지 않고서 알 수 없는 전문 용어와 축약어를 쓰는 것을 극도로 지양한다. 같은 개발 분야라도 못 알아듣는 단어들이 많은데, 하물며 다른 비개발 직군들이 이런 전문용어를 알아들을까.
홍대에 이번 T2 실드랑 드랩 이벤 있던데 저랑 FNM 가실래요?
저 ㅅㄷㄹ던전 ㅋㅌㄱㅂ11ㅇ2ㅂㅎㅇ23.5로 Z플립6 공시로 샀어요 ^^
라고 말하면 누가 알아들을 것인가?
(물론 이 분야 아는 사람은 다 알아듣는다 ㅋㅋ)필자는 영어 단어보다는 한글을 주로 쓴다. 이건 사실 필자가 한글을 더 좋아하는 탓도 있다. 굳이 영어를 쓰지 않아도 되는 곳에는 한글 단어를 채워 이야기하려 노력한다. 제아무리 한국 토박이가 영어를 잘한들, 모국어의 쉬운 단어보다 더 빠르게 이해할 수 있을까.
외국어 그 자체로 뜻이 굳어진 단어에 대해서도 한글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는다. 이건 오히려 북한말이 연상되어서 더 이상하다고 느낄거라 생각한다. 컴퓨터를 굳이 다른 한글로 말하진 않는다.
마무리
모든 개발자에게 “내가 하는 말이 맞으니 내가 하는 것처럼 똑같이 노력해!”라고 말하려는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다. 그저 많디많은 개발자 중 하나는 이런 생각도 한다 정도면 좋겠다.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이 글 자체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있기에 더 조심스러워진다.
아무튼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비개발 직군에게 좀 더 따뜻하게 배려해 준다면 참 뿌듯할 것이다. 나 또한 항상 경계하며 쉬운 말을 고르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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