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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살, 2023년 회고
    회고, 생각 2024. 10. 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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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이 10개월이나 지났는데 작년 회고를 쓰는 사람이 있다?

     

    작년 12월 말에 손대지 말아야 할 게임(메랜)에 손 대어 잡아먹히는 바람에, 늘 쓰던 연말 회고를 스킵해버리는 참사가 있었다.

    그러고 일도 계속 나를 괴롭히고, 좋지 않은 일의 연속으로 자신이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계속해서 이 회고를 완성할 생각을 못 했다. 자세한 건 올해엔 꼭 쓸 2024 회고에 눌러 담아 보려 한다.

     

    그래도 무엇을 쓸지 대단원을 모두 정리해 두고 어느 정도는 글을 써둔 상태인데 아깝기도 하고, 내 인생의 한 연도의 암흑기가 생기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 1년이 훨씬 넘어버린 때를 회상하며 열심히 채워보려, 작년 미리 써두었던 머리말로 글을 시작한다.


    올해도 참 다사다난했다.

    회사 일이 최고로 바빴던 때. 가장 일을 바쁘게 많이 했던 때가 아닐까. 스스로 많이 망가진 해인 것 같기도 하다.

     

    마음이 너무 다치고,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고, 자부심 있던 일들에 부질함을 느끼고, 가진 것에 감사함을 느낄 수 없게 되고, 불만의 응어리로 가득 차버린.. 나를 괴롭히던 원인이 사라졌음에도 이미 너무나 늘어날 대로 늘어나 버린 고무줄처럼, 회복 탄력성에도 문제가 생긴 듯, 좀처럼 마음이 돌아오지 않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점차 마음을 닫고, 주변 사람들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그저 혼자서 고통을 견디려고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이것저것 많은 것을 시도했더라. 그런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고생 많았어.

     


     

    교육 분야 허리까지 담가보기

    교육 분야에는 늘 관심이 간다. 작년에도 스터디를 열어 많은 경험 했듯이, 올해에도 많은 시도를 해보려 노력했다. 올해 후반기에는 일하느라 시간이 거의 나지 않아, 나만의 커리큘럼을 짜는 시도를 해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 분야에서 유의미한 일들을 많이 경험했다.

     

    첫 유료 스터디를 열기도 했고, 우아한테크코스에서 리뷰어로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다음에 열린 부스트캠프 리뷰어 지원에는 떨어져서 너무 아쉬웠지만, 다음 기회에 또 지원해 보려 한다.

     

    넥스트스텝 리뷰어는 여전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안드로이드 과정 하나가 정비 기간을 가져 리뷰어 활동이 적어져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내년에 지인분이 Compose 과정을 새로 여실 계획인가보다. 뭔가 스스로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게 된다.

     

    유료 스터디 모집

    작년 “MVVM 무작정 따라 하기” 스터디에서, 이렇게 범위가 넓은 커리큘럼은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짧고 굵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커리큘럼 설계에 짱구를 열심히 굴렸다. 그렇게 탄생한 게 “미션으로 배우는 테스트 코드” 이다. 안드로이드 개발에서 테스트 코드 작성 방법을 프로젝트 미션과 코드 리뷰를 통해서 알려주는 과정이다.

     

    안드로이드 개발에서 테스트 코드 작성하는 것이 다른 것들에 비해 접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테스트에 관심이 있지만 잘 활용해 보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늘 활동했던 동아리에 홍보해서 과정을 진행해 보았다.

     

    실수라면 실수였을까? 홍보 채널이 그리 넓지 않고, 테스트 코드에 관심을 가지기에는 입문자 비중이 많아 모인 인원이 많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에는 용기를 가져 오픈카톡방이나 더 넓은 홍보 채널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신기했던 건 넥스트스텝처럼, 유료임에도 불구하고 과제를 하지 않는 사람이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끝까지 완주한 사람들에게 참 고마움을 많이 느꼈다.

     

    우테코 5기 리뷰어

    우아한테크코스 5기 안드로이드 과정에서 리뷰어로 활동했다.

    우아한테크코스 5기 리뷰어 회고

    자세한 우테코 리뷰어 회고는 따로 회고 글을 써두었다.

     

    교육 분야를 개인적인 활동으로 찍먹만 하다가 정말 큰물에서 허리까지 몸을 푹 담가볼 수 있는 값진 기회였다.

     

    온라인으로만 참여했음에도 선생님들이 어떤 고민들을 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잘 맞기도, 그리고 생각보다 크루들에게 상처 입기도 하며 이 분야를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정말 오프라인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도 키울 수 있었다. 온라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일 학생들을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일은 또 어떤 느낌을 가져다줄까.

     


     

    행사 운영에 참여

    정말 우연하고 행운 가득한 계기로 안드로이드 행사 운영진으로 참여할 기회가 왔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라면 모를 수 없는, 국내에서 가장 큰 안드로이드 행사인 “드로이드 나이츠”의 운영진으로 참여한다니, 이런 영광이 다 있을까?

    참 삶이란 알 수 없고 예측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연이 닿는다는 것이 더 특별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나 보다.

     

    드로이드 나이츠 운영진

    안드로이드 관련 세미나나 발표 등의 행사에 관심이 있거나, 여러 안드로이드 블로그들을 보다 보면 비슷한 사람들이 항상 눈에 들어온다. 그런 그들이 모여있는 첫 온라인 회의에 들어갔을 때 느꼈던 그 강렬한 감정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공부할 때부터 늘 동경하고 선망하던 사람들이 다 여기에 모여있다니. 그냥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는 행사의 후원사 담당을 맡았다. 행사 후원을 부탁드리는 내용의 편지를 쓰고, 각 회사의 인사 관련 담당자 이메일에 콜드 메일을 보내고 연락을 지속하는 일을 맡았다. 역시 콜드 메일로만 보내니 답장이 오는 비율은 현저히 낮았다. 그래서 요새 많이 쓰이는 링크드인으로도 관련 담당자에게 직통으로 연락드리기도 했다.

     

    워낙 채용 시장이 얼어붙어 있기도 해서 그런지 후원사를 유치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재직 중인 회사의 피플팀 동료분에게 직접 연락드려 소통을 하기도 하고.. 그렇게 결국 4곳에서 후원을 해주셨다. 코엑스는 점점 대관료가 비싸지고 있고, 후원금은 적어지다 보니 입장료를 인상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예산이 부족해 굿즈는 많이 만들 수가 없었다. 행사 운영진의 고충을 뼛속 깊이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

     

    그럼에도, 이 국내 안드로이드 유일한 행사의 운영진으로 참여한 것이 너무 즐겁고 뿌듯했다. 행사 당일에 지인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다는 것도 정말 행복했다. 오랜만에 인사하고, 안부를 물어보고. 참 좁디좁은 업계란 것도 실감했다. 지인들뿐만 아니라 다른 안드로이드 개발자들도 모두 즐거운 행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행사를 더더욱 크고 알차게 꾸려 나가고 싶다.

     

    모바일 앱 컨퍼런스

    MADC (Mobile App Developer Conference)의 운영진으로도 참여했다.

    사실 여기에서는 뭔가 한 일이 많진 않다. 담당하려는 일을 생각보다 제대로 관여하지 못했달까…? 그래서 당일에 일손으로라도 열심히 뛰어야겠다 싶어서 이것저것 잡다한 일을 맡아서 했다.

     

    생각보다 이런 행사를 운영하는 일 자체가 나랑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생각보다 기대한 것과는 다르게 온갖 잡일들을 도맡아 정말 많이 해야 하고, 힘이 많이 드는 일이다. 안그래도 내향인이라 행사장에서 운영진으로서 서 있는 것 자체로도 에너지가 쭉쭉 깎여나가 다음날에 회복을 위해 집에만 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참 즐거움을 느낀다.

     

    언젠간 내가 운영하는 행사를 만들고 싶다.

     


    회사 일에 치여살기

    회사 일이 참 많고 힘들었다. 시간은 없지만 기간 내에 만들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야근은 필수였다. 일만 많았다면 그나마 나았으리라. 모든 일에서 가장 힘든 것은 어려운 난이도의 업무보다는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마음이 계속해서 다치면서 일은 일대로 해야 하니 마음의 여유는 죽어가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과 연락할 겨를이 없기는커녕 회사 동료들과도 잠깐 이야기 나눌 여유조차 없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은 점점 닫혀가고, 나라는 사람 자체의 빛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기능 배포가 끝나더라도 숨돌릴 틈 없이 다른 기능을 개발해야 했다. 힘든 일들이 있음에도, 어디에 풀더라도 해결이 되지 않았기에, 계속 고립되고 스스로를 어딘가에 자꾸만 가둬 놓았나 보다.

     

    이런 내 상황을 스스로 눈치챘을 때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던 이유는, 우리 팀을 코칭해주실 외부 시니어 개발자를 잠깐 고용할 거라는 이야기를 미리 들어서였다. 이게 아니었다면 시장 상황이고 뭐고 모든 것을 놓아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많은 것들이 변화했고, 환경 자체가 완전히 변했다. 이 기간 동안 나는 용기를 내어 다시 한번 맞서 싸웠지만, 결국 해결이 되지 않았다. 이제는 더 이상 마찰 자체가 있을 수 없는 환경이 되었지만, 결국 문제를 회피한 것 같은 생각에 찜찜함이 많이 남았다.

     

    환경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만신창이인 마음은 쉬이 회복할 수 없었다. 무력감과 회의감, 불만의 응어리가 정말 오래 지워지지 않았다. 주변 내 사람들에게도 이 부정적 에너지를 준 것 같아 정말 미안한 마음이다.

    고생 많았어.

     

     


    아쉬운점

    부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어쩌다가 나는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세웠을까.

    그 일이 무어라고. 책임감은 중요하지만, 그 전에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더 중요시해야 했지 하지 않았을까.

     

    나를 챙기지 못함

    어차피 싸워도 손해만 본 게 한두 번이 아니기에, 마찰 상황 자체를 피하려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싫은 방법으로 일을 해야 했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항상 스트레스의 악순환에 갇혀있었다.

     

    무엇을 해도 이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나를 케어하더라도 소용없다는 생각까지 도달한 걸까. 무의식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시간을 보내는 일을 갖지 않았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정리하면 또 머리가 아파지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 나만의 시간을 확보해서, 상황 개선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지금에야 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나인데, 어떤 상황에서든 나를 챙기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말자는 다짐을 한다.

     

    지인들 제대로 보지도 못함

    지인들의 이야기책을 들여다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성격이지만, 올해에는 그런 시간을 거의 갖지 못했다. 마음의 여유도 없고, 절대적인 시간도 없었고. 소식도 듣지 못해 지인들이 나와 많이 멀어졌다는 생각까지 닿았나 보다. 그저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내년엔 무엇을 바라볼까?

    23년도에 적어둔 주제와 소주제를 보니, 사실 어떤 생각을 하고 이렇게 적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러다 보니 이 글을 쓰는 24년도의 생각만 쓰게 된다. 연말 회고는 꼭 거르지 말자는 다짐을 또 한 번 한다.

     

    나를 챙기고 지인들 좀 보자

    24년도에 쓰는 현재에 “나를 챙기고 지인들 좀 보자”라는 소제목을 보니, 정말 핵심으로 24년도를 채우고 있지만, 이렇게나 열심히 나를 챙기는 일에 대한 원인을 23년도에는 상상을 못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결국 하려던 일을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운명이었다 싶기도 하다.

     

    많은 기회들을 활용해 볼 것.

    아마, 주어지는 기회들을 무한히 뻗어나갈 수 있는 가지처럼 보고, 그것들을 잘 키워나가 완전히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자 했던 것 같다. 지금 24년도에 이것을 잘하고 있는가? 그것은 24년도를 회고하며 잘 정리해 보아야겠다.

     


    마무리

    20대의 마지막 29살의 회고를 30살의 끝 무렵에 되어서야 해버렸다.

    쓰려는 대주제와 소주제는 모두 써둔 상황이라, 무엇을 초점을 두고 써야 할지 머리가 아프지 않아 다행이었다. 이것마저도 없었다면, 23년도 회고는 아예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대로 암흑기가 되었겠지.

     

    늘 회고의 끝에는 다음 연도가 기대된다는 것으로 마무리해 왔다.

    그리고 서른 살이라는 나이대에 기대도 있었다. 20대를 마치고, 처음 발을 들이는 30대의 삶. 앞으로의 10년의 첫걸음.

    지금 미래를 90% 정도 아는 현시점에서, 기대해도 좋다 라는 말을 23년도의 나에게 말을 못 하겠다.

    23년도에 겪은 힘듦과 암울함, 고장 나버린 회복 탄력성이 빚어내 버린, 훨씬 더 큰 고통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니체가 한 말이 있다.

    “너는 이 삶을 다시 한번, 그리고 무수히 반복해서 다시 살기를 원하는가?”

    이 말은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너는 얼마만큼 너 자신과 인생을 사랑할 수 있는가?”

    제아무리 고통스러운 삶이 끝없이 되풀이되더라도 절망에 빠지지 않고 이 인생을 긍정할 수 있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한다.

     

    내 인생을 사랑하기 위해, 앞으로 올 모든 고통을 두 팔 벌려 환영하겠다.

    23년도의 나에게 24년도를 기대하라고 하겠다.

    더 이상 절망에 굴복하지 않는 힘을 길러야겠다.

     

    24년도 회고에 써야 할 법한 이야기를 써버렸다. 연말 회고 앞으로는 꼭 때에 맞게 써야지.

     

    이 짤방을 보자마자 회고에 써먹으려고 23년도 회고 페이지를 처음 만들었었다.

     

    20대 안녕, 30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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